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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영어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할까요?

결론 - 내 아이가 영어공부를 죽어라 싫어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말을 물가에 까진 끌고 갈 수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 죽어도 안 하겠다는 아이는 어떻게 구워삶아도 안 된다.

내 아이가 영어공부에 관심은 있다면

절대 아이가 내가 원하는 방향 그대로 자라지 않는다. 내 아이가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부모의 계획이지, 아이의 계획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큰 동기유발자라는 생각도 버려야한다. 심지어 아이에게 학습동기 측면에서 부모의 역할이란 미비한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는 돈을 내고 공부는 아이가 한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한다. 이것은 AND 조건이면서 동시에 확률이다. 부모가 돈을 들여 가학적으로 아이를 공부시킨다거나, 아이가 스스로 돈 한푼 없이 공부를 잘 하기는 매우 어렵다. 돈이 많거나 아이가 학습능력이 있으면 확률이 올라갈 뿐 반드시라는 것은 없다. 특히 사회계급이 정적인 한국사회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는 목표를 가져서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가혹하다. 그렇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가능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걸 인정한다. 학부모 입장에서 경제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모의 경제력에 걸맞는 학습을 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는가. 한국사회를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학교성적과 투자비용은 정비례하는 경향이 있지만 확률일 뿐이다. 내 아이 영어 마스터 시키겠다는데 몇 퍼센트라는 확률이 중요할까 싶다. 다만, 환경을 직시하고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방법이 옳다고 본다.

주변에 좋은 선생님은 누구인가

일단 좋은 선생님의 기준이 필요겠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은 "학교 성적을 올리는 것이 목표냐, 영어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냐"고 묻는 선생님이다. 정확히는 보다 유능한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옳겠다. 두 가지 판이한 목표를 인지하고 상황에 맞는 교수법을 선택이 가능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서울대생 A학점 받는 방법 (출처: EBS 다큐 '시험')

첫째로, 학교문제는 학교 선생님이 내기때문에 학교 선생님 수업을 달달 외우면 된다. 수능도 90%이상 EBS에서 나오기에 달달 외우면 된다. 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평균점수까지는 지식습득에 치중하고 평균점수이상은 실수를 피하기 위한 반복이 중요하다. '어떻게 지식습득까지의 시간차를 줄이고 반복을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를 위한 교수법이다.

둘째, 영어능력을 키워주겠다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일상회화가 목표인지, 또 다른 지식습득을 위한 영어능력인지, 특정 분야에서 쓰는 직업별 언어능력인지, 글쓰기가 목표인지, 듣기가 목표인지. 목표가 대충 감이 잡힌다면, 이제부터는 영어능력습득방법이 곧 국어능력습득방법이다. 영어 말하기를 잘 하길 원한다면 영어 말하기를 잘 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면 된다. 영어문제집으로 주로 공부를 한다면 영어문제풀이를 잘 하게 될 것이다. 영어듣기는 영어문장을 주구장창 듣게 만들면 된다.

좋은 선생님을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목표가 필요한지 함께 정해야한다. 흔히 선생님은 두 목표 중 하나에 특화되어있다. '그 선생님이 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하는 문제는 다분히 부차적이다.

아이의 목표 정하기

아이러니하지만, '학교영어성적이 늘 100점'과 '외국인 수준의 영어능력'은 완전히 별개라고 주장한다. 이 둘은 과학과 사회 성적 만큼의 괴리가 있다고 본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돈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동시에 언젠가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이 버거운 그 날이 오면 어느 것도 포기 하기 힘들 것이다. 토끼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를 우선 잡아 놓자.

좋은 목표는 가능한 목표이다. 나쁜 목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단순히 큰 목표이고 이루기 힘든 목표라고 해서 나쁜 목표는 결코 아니다.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세부계획이 없다면 철저히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것은 나쁜 목표 즉 도박이다. 좋은 목표는 궁극적인 목표를 100이라고 보았을 때 중기적인 목표를 10 단위로 자를 수 있고 그 속에 단기적인 목표 1로 자를 수 있어야 한다. 중간 단계가 없는 목표 역시 도박이다. 1~5를 배웠으면 6~9없이 10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건 요행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목표는 대통령을 만나봐야 정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아이의 부모라면 초등학교 장래희망처럼 아이를 공부시켜선 안된다. 아주 구체적으로 목표와 방법, 결과, 자원을 설정해야한다. 단어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수능영어 마스터가 궁극의 목표라면, 수능영어 3000자 책을 떼는 것이 중기적 목표이고, 하루에 몇자를 외우고 영영사전으로 복습하고 동의어사전으로 확장하는 것은 단기적 목표이다.

내 아이가 영어문제는 꼬박꼬박 푼다면

아이의 공부성향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하겠다. 영어 잘 하면 좋겠다고 문제집을 사달라고 해서 꼬박꼬박 문제를 푸는 '호기심형', 아이에게 조금 어렵겠다 싶은 문제집을 풀라고 주었더니 그래도 꼬박꼬박 문제를 푸는 '수동형', 어려운 건 아예 풀려하지 않아서 조금 쉬운 책을 주었더니 꼬박꼬박 문제를 푸는 '단기성과형', 어떤 이름의 문제집을 구체적인 공부계획하에 사달라고 하고 꼬박꼬박 푸는 '대기만성형'

- 호기심형

호기심형의 경우 인간본연의 미지에 대한 탐구가 영어공부의 원천이다. 이런 케이스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영어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포기하고 다른 새로운 것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꾸준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피곤한 아이이다. 너무 단기적인 계획은 바로 시시하다는 이유로 실증을 유발하므로 부적절하고, 너무 큰 목표는 질려버린다.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그날그날의 목표를 수정하는 중도의 자세가 필요하다. 영어를 잘 하게 되었을 때 얻게되는 성과를 늘 상기시킬 필요가 있고, 아이가 영어공부를 능동적으로 선택하였다는 느낌을 계속 주어야한다. 호기심의 원천은 '재미'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기만의 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자기주도학습을 하게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으레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는 뜯어 말려도 하고 싶어하는 인간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부가 재미있다면 혼자라도 한다. 이런 유형의 아이는 초장에 알아채지 못하면 너무 늦어버린다. 다시 아이 스스로 관심을 돌리는 일이 제일 힘든 케이스이다.

- 수동형

어쩌면 단순히 답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에 특화된 훌륭한 아이이다. '왜 공부를 하는가'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공부를 못 하게 되므로, 아이를 정신없이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별히 많은 과제와 지도자와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는 것이 해법이다. 아이 입장에서 자기주도학습을 강요한다면 자신이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느낌을 받아하는 유형이다. 때문에 아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학습목표를 정해주고, 학습목표를 이루지 못했을때 응축된(빈번하지 않지만 강도 높은) 패널티를 준면 효과적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난이도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학부모입장에선 돈도 적게 들고 훈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좋은 케이스이다.

- 단기성과형

호기심형처럼 책을 끝냈다는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에 얇은 책을 많이 사주어야 한다. 한 권 끝나면 또 한 권, 하나하나씩. 다만 호기심형과 차이점은 궁극적인 목표의 유무(有無)이다. 초기에는 호기심형과의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기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단기성과형의 아이는 재미있어서 공부한다기보다는 마지못해서 한다. 재미있는 모든 것이 차단되었을 때, 아주 합리적이게도 최악보다는 차악을 찾는다.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객관식에서 가장 아닌 것을 재껴나가면서 최후에 남은 것을 마지못해 하는 식이다. 하지만 임기응변이 강한 아이이므로 주어진 상황에 재빨리 순응하여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피하지 못 하면 즐겨라'식 공부를 한다. 수동형과 호기심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절묘하게 섞여 있는 아이이다. 특정 학습법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선생님이 적합하다. 지도자의 학습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다.

- 대기만성형

스스로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아이이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공부가 좋아서 하는 케이스이다. 공부철학, 자기주도학습법, 인내심, 목표 모두 갖추어야 비로소 '지금 이 문제을 푸는 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성인이라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하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유일한 동기부여요소는 재미뿐인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생각이다. 이미 문제를 풀어야할 당위성이 납득이 되는 아이는 더이상의 학습지도가 필요 없다. 방해만 안 하면 된다.

끝마치며

선생님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시키지 말자. 수능시험 응시자는 매년 60만명 정도이다. 그중 SKY 입학인원은 1만명, 인서울 입학인원은 넉넉 잡아 5만명이다. 1/10은 소위 지잡대를 간다. 절대적인 OECD 학업성취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등수로 자른다.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9/10은 지잡대를 간다. 아이들의 노력의 총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서울대를 보낼 수 없다. 한국형 수학능력경쟁체제에 적합하지 않는 아이가 노력을 한다고해서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부모님도 알고 있고, 선생님은 더 잘 알고 있고, 아이 스스로는 제일 잘 안다. 세상에 시험은 수도 없이 많다. 내 아이가 시험에 적합하지 않다면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바꾸면 된다. 조바심 내지 말자. 학부모이 조바심이 사교육 시장의 동력이다.


P.S. (추가)

아이들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을 가만히 보면, 논리적 사고 과정이나 반복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오감을 통한 느낌으로 ‘탁’ 알거나 ‘아!’ 하고 느껴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느낌을 지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의 공부는 지루하지 않다. 타자 또는 대상과의 감정적 교류 경험으로 터득한 생생한 감성의 힘이 센 아이일수록 자발성과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주도성이란 결국 결핍과 욕구를 스스로 느끼고 이를 채우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 시사인 기사 '아이들 생각의 힘으 손끝 발끝에서 나온다' 발췌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