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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기 위한 지식/죽기전에 꼭 알아야할 상식

조현병에 관한 정상적인 생각

조현병?

  구글에서 '조현병'을 검색해보니 연관검색어로 '정신분열증'이 있다. 듣기에 생소한 조현병과 정신분열증과의 관계가 궁금해서 더 찾아보기로 했다.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의 다른 이름이란다.[각주:1] 주요 증상으로 환각과 망상이 나타난다. 조현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언어사용에 관심을 둔다. 조현병 환자들은 와해된 언어를 쓴다. 두서가 없이 단어를 나열하며 맥락을 구성하지 못하거나, 비논리적인 의식 흐름에 따라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개연성이 적은 걱정에 사로잡혀 망상을 하는 신경증과는 구분되는 점이다. 혹시 내가 조현증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면 조현증이 아닐지도.....;;;
  조현병은 한자로 調絃病이라고 쓰는데 '고를 조(調)'에 '줄 현(絃)'을 쓴다. 대학생 시절에 교수님께서 한자가 주는 선입견에 조심해야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 하셨던 생각이 든다. 한자만 봐서는 인간에게보다는 악기에게 어울리는 병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알아듣기 힘든 이름으로 명명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은 과거 정신병에 대한 지식이 없을 당시 일본이 지은 이름이다. 정신병을 질병과 함께 취급하여 병원균에 의한 결과라고 잘못 인식하여, 환각과 망상증상이 마치 정신이 분열되어 나타나는 결과인냥 착각해서 모든 정신병을 뭉뚱그려 정신분열이라고 부르던 것이 아직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하여 논문을 찾아보았다.
국내에서도 편견과 낙인현상이 매우 심하고, 질병의 본질과 상관없이 이름 지어진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이라는 병명을 개정하기로 결정해 2008년에 정신분열병 병명개정위원회가 발족하였다. 2011년에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고 2012년 1월 국회에서 공표되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병명에 따른 낙인 비교, 김성완 외 7,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2012;51:210-217

당신이 가질 법한 조현병에 대한 편견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조현병은 흔히 선진국 병이라던지 환경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문명과 환경에 상관없이 인구의 약 1% 정도 걸리는 것으로 밝혀졌다.[각주:2]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조현병의 발병은 특정 더러운 환경에서 배양되는 병원성 질병과는 전혀 무관하며 더더군다나 환자의 의지가 약해서는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세 가지 편견'[각주:3]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제일 상단에 보이는 TED강의가 아주 인상깊다. 예일대를 졸업하여 법대 교수가 되었음에도 조현병을 얻어 힘든 삶을 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최고의 스타인 남편과 함께)정상적으로 삶을 감내하고 있다. 그녀는 조현병에 대한 편결을 없애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서전을 집필하였다. 교수의 강의 중 이 말이 인상 깊다.
조현증 환자 또한 다른 사람처럼 감금되거나 묶여 있는 것을 못 견디게 싫어합니다. 물리적 구속은 매우 점잖치 않은 행동입니다. 이런 것(무릴적 구속)은 (누구에게나) 모욕적이며, 고통스러우며, 무서운 일입니다. 상해를 입거나 목이 졸리거나 토사물에 의해 질식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생명을 살리고자하는 일인지 (생명을) 없애려고 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조현병은 최근 의료 기술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병이라는 것이다. 약물 치료만 하면 기능장애와 인식장애 등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치료를 꾸준히 받기만 한다면 조현병 환자가 아닌 사람과 조현병 환자 사이에 차이는 1도 없다. 

지대넓얕에서 '광기의 역사'을 언급했다.

  미쉘 푸코가 집필한 '광기의 역사'는 광인을 대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푸코는 이 책에서 "광기의 범주를 어떻게 상정할 것인가"에 대해 고고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근대 이전[각주:4]에 사회는 광인(狂人)과 더불어 살았다. 푸코는 돈키호테를 그 예로 들었다.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근대 이후 이성(理性)에 대한 과신으로 정신이상자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였다. 혐오는 본질에 대한 탐구를 앞섰다. 감정적 혐오는 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고, 정신이상자를 범죄자와 함께 국가에서 뿌리뽑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게된다. 정치가들은 이러한 대중의 오해를 이용하여, 범죄자와 더불어 정신이상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분노를 해소를 위해 엄한 정신병 환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사실상 광기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광기의 발생과 더불어 광기의 처단 역시도 광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에서 작동하였다.

  지대넓얕은 근대 이야기를 했고 지금은 현대이다. 현대는 근대보다는 인간생명에 대한 진보가 자연스럽다. 


조현병 환자에게 폭력 전가시키기[각주:5]

  2016년 정부가 강남 살인사건 전모를 조현병 걸린 사람의 정신질환의 발현으로 보았다. 정책실패(뭘한게 있어야 실패가 있겠지만)의 허물에 폭력이 가해질 것이 두려워서 물타기하는 것이다. 언제쩍 '정신병자 탓하기'인가! 유치하기 짝이 없다.


  1. 고려 안암 병원(정신의학과 질병자료)http://anam.kumc.or.kr/dept/disease/deptDiseaseInfoView.do?BNO=338&cPage=&DP_CODE=AAPY&MENU_ID=004005 [본문으로]
  2. Picchioni MM, Murray RM. Schizophrenia. BMJ. 2007;335(7610):91–5. [본문으로]
  3. 기사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세 가지 편견' 한겨레 박현정 기자 씀 [본문으로]
  4. 데카르트를 기준으로 근대와 고대를 나눈다고 보았을 때 [본문으로]
  5. 프레시안 기사,'조현병 강제 입원'이 강남 살인 사건 예방책?,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71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