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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위주 끄적거림/모티브,낙서,스쳐지나감

(꿈)죽기로 되어있던 여자가 죽었다 (미완성)


추운 겨울 101번 버스 안.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는 바로 여기 버스에서 죽기로 되어있었다.

버스 안에서 죽기로 되어있었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사고사이겠지.


(여자 얼굴 서술)

메텔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여자 너무 아깝다. 살려봐야겠다.

무작정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여자도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는지, 보통이라면 낮선 남자가 손을 잡고 이끌어 내리면 손을 뿌리치게 마련인데, 여자가 순순히 나를 따라 버스에서 내려 주었다. 내일 곳은 정류장도 아닌 산중턱이었다.

무지 추운 날 산 중턱에서 내린 탓에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길을 따라 내려갈 뿐. 이 여자를 살려야해.

다행히도 30분 가까이 걸으니 산 위에선 보이지 않던 숨겨진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보이는 저 마을 의심스럽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요. 삽을 구해올게요."


(숨겨진 마을 서술)

 고작 5개 집. 마을이라 하기도 민망하였다. 난방비를 아끼려는듯 마을 사람들 모두 모여있었다. 아니 모두 모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여있는 마을 사람은 총 6명. 눈빛이 매서웠다.


간판이 있지만 읽을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언어로 쓰여있었다. 나는 영어와 불어를 할 줄 아는데도, 어느 나라인지 전혀 분간을 못 했다.

그래도 철물점을 찾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망치, 톱, 빠루, 방망이 같은 것이 널려있는 집이 길모퉁이를 돌자 바로 찾았다.

철물점에 모여있는 사람들 중에 그나마 나와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삽이 있나요?"

"..."

"une pelle, s'il vous plaît."

"..."

"can I get a shovel?"

"..."

확실히 이런 말들은 안 통하는 나라인가보다 생각하고, 이내 몸짓으로 땅을 파는 시늉을 했다.

"..."

아주머니는 매섭게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옆에 있던 등이 굽은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나무라는 듯하더니, 재빨리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아저씨가 삽이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아저씨는 삽을 집어 들더니 나에게 주진 않고 자신이 삽을 들고 앞장서서 나갔다. 나는 벙쪄서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외길이라 그런지 아저씨가 잘도 여자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아저씨는 누워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맥박을 재는 듯 하더니, 갑자기 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여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주검이 되었던 것이었다. 아저씨가 가볍게 여자를 들쳐업고 다시 마을로 향했다.

아저씨는 철물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 공터에 여자를 내려놓더니, 바로 옆 땅바닥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바닥에 기이하게 널부러져있는 여자를 보았다. 여자가 너무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