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기소개서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나랑 살면 불행해 질까봐 한번도 키워본적 없는 고양이. 이불 속에서 남이 고양이 보는 시간만큼 힐링되는 시간이 없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능력과 포텐이 숨어있는가를 고심하게한 위닝일레븐, 역사가 이토록 흥미롭고 중요한가와 함께 얼마나 귀족중심으로 편파적인가를 생각하게한 삼국지와 문명, 인생의 헛헛함을 달래는 일탈과 허술한 도덕관념 사이를 요리조리 널뛰는 인생을 알려준 GTA. 환장한다.

잉여로운 하루에 보람을 소금마냥 한꼬집 뿌려주는 지적 경험. 주로 철학책, 고전, 사회과학서, 신문의 사회 정치면.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가

정당한 노동이 서운하지 아니할 만큼, 그러나 죄책감은 없는 적당한 수입.

하루 한끼 정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적 여유.

2인분용 돌솥, 할머니표 참기름, 엄마표 백김치, 12인치 웍, 나무주걱, 수제 피클과 잼 등등 소박한 물건들이 성기게 놓여있는 주방. 그리고 그 곳에서의 시간.

TV 없이도 충분히 무료하지 않을 정도의 책과 음악. 그 책과 음악을 기꺼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단 한명의 친구.

미래의 내 안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조금의 여력.

위벽(胃壁)을 허물지 않을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넘치도록 충분한 양의 맛 좋은 커피.

위에 나열한 것 중 한가지를 포기하더라도 쫓고 싶은 작지만 강한 목표. 창작에 기인할 것.

내 인생 가장 열심히 했던 경력은 무엇인가

위 천공을 겪고도 살아남은 커피취향.

학생에게 본받고 싶은 어른으로 보이려고 아이로 남기를 포기해야했던 8년간의 과외. 물론 시작은 등록금 때문이었지만.

게임으로 샌 날 밤 만큼 많은 밤을 지새우며 매진한 컴퓨터 독학.

단지 소중한 이가 나에게 쏟아 내는 푸념을 받아주기 위해, 그들 자신보다 더 격한 공감을 하기 위해 겪었던 숱한 아르바이트. 비단 돈 때문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짧지만 간절했던 6일간의 스토킹. 단, 불법적인 행동은 배제한채.

남보다 평균 이상하는 것, 즉 특기가 무엇인가

커피를 잘 탄다.  세상 만사를 회의(懷疑)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제에 지구력을 가지고 논할 수 있다.  측은지심.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할 수 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예: 세월호,근본주의적 종교관)에 집착하는 마조히즘.

의문부호를 붙여 놓고 일부러 (누구도 상처받길 원하지 않기에) 해결하지 않는다.

자기가 높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동시에 누군가 자신이 보잘 것 없다 여기는 사람에게서 보다 더 비루해 질 수 있다.